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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새영화>: 한국가족의 슬픈 자화상 '가족시네마' ”

<새영화> 한국가족의 슬픈 자화상 '가족시네마'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가족시네마'라는 제목은 따뜻한 영화일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전통적으로 가족이란 단어는 모든 것을 품어 안는 넉넉한 공간, 마지막에 돌아갈 수 있는 종착지 같은 의미를 내포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가족이 더이상 그런 의미를 지탱하지 못하게 한다. '핵가족'이란 개념이 정착된 지 오래지만, 이제 그 작은 단위마저도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누군가를 부양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이 모든 것이 비용으로 계산되는 세상이다.

영화 '가족시네마'는 지금 이 시대 한국 가족의 슬픈 자화상을 그렸다.

영화는 단편 네 개로 이뤄진 옴니버스 구성이다.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 홍지영 감독의 '별 모양의 얼룩', 이수연 감독의 'E.D.571', 김성호 감독의 '인 굿 컴퍼니'다.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실직한 가장이 매일같이 출근해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돌며 겪는 일들을 그렸다. 중년으로 접어든 남자(정인기 분)는 늦둥이 아이를 가진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남자는 그런 아내에게 실직 사실을 말하지도 못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영화는 남자가 마주한 현실이 점점 더 끔찍한 공포로 목을 죄어오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지하철에서 아기를 안고 '앵벌이'하는 여자에게 괜히 화를 내는 장면은 슬프게 다가온다.

이렇게 비루한 현실에도 삶은 끝없이 이어지는 철로를 따라 순환선처럼 계속 반복된다. 가족의 무게는 무겁기만 하다.

'순환선'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 비평가협회가 주관하는 중단편 경쟁부문의 카날플뤼스(Canal+) 상을 받았다.

김성호 감독의 '인 굿 컴퍼니'도 눈에 띄게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는 한 작은 회사에서 임신한 여성 직원이 권고사직 형태로 해고당한 사건을 두고 부당 해고 여부를 가리는 조사 내용이다. 관련 직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잇대어 다큐멘터리 느낌을 준다.

대기업과 중요한 거래를 따내기 위해 밤샘 근무가 반복되자 팀장(이명행)은 사장의 지시로 임신한 여직원에게 사직을 종용한다. 이에 동료 여직원들이 반발해 일을 안 하겠다며 연대의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팀장의 분열 조장으로 직원들은 결국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등을 돌리고 부당 해고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처리된다.

직원들 각자가 자신의 이익과 가족만 챙기며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는 사이 팀장의 아내가 어딘가에서 부당 노동 행위로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게 되고 과장은 야근 때문에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데려오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다. 개개인은 서로가 맞물린 구조 안에서 변화와 개선을 꾀하기보단 눈앞의 이익에 안주하고 사회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잔인한 노동의 현장이다.


영화는 빠른 리듬으로 저마다의 사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이며 제대로 된 블랙코미디의 재미를 준다. 또 여성들이 노동과 육아 사이에서 고통받는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E.D.571'은 직장에서 인정받고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서른아홉 살 골드미스(선우선)가 어느날 생물학적인 딸임을 주장하며 나타난 열두살 여자아이와 벌이는 격렬한 싸움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역시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유치원 캠프 화재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김지영)의 이야기를 담은 '별 모양의 얼룩'은 부모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유치원생 19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씨랜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대형 참사가 빈번한 현대 사회에 많은 피해자 유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보여준다.

8일 개봉. 상영시간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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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 개봉작 리뷰: ‘파이팅’ <가족시네마> ”

이 영화들을 기억하는가? 영화감독이 되려는 아줌마의 고군분투를 사랑스럽게 담아낸 자전적 작품 <레인보우>(2010), 세 남녀의 달콤쌉싸름한 동상이몽을 다룬 <키친>(2009), 감성적인 공간 운용으로 극한의 공포를 담아낸 <4인용 식탁>(2003), 연쇄살인사건을 회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던 <거울 속으로>(2003). <가족시네마>는 이 개성 넘치는 장편 데뷔작을 만든 감독들의 최근작을 한데 모은 옴니버스영화다. SF영화부터 블랙코미디까지, 서로 다른 분위기의 네 중편영화를 묶는 키워드는 ‘가족’이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이고, 엄마이자 아빠인 주인공들은 저마다 위기에 봉착하고, 일순간 벼랑 끝으로 몰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한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매일같이 지하철 2호선을 타며 시간을 보내는 한 실직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이고, 태어날 아기에 대한 부담감은 그의 앞에 돌연한 환상으로 찾아온다. 홍지영 감독의 <별 모양의 얼룩>은 유치원 캠프 화재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1년 만에 사고 당시의 목격자가 나타나자 애써 견뎌나가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수연 감독의 <E. D. 571>의 배경은 2030년이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주인공에게 과거 난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가 찾아와 당돌한 제안을 한다. 김성호 감독의 <인 굿 컴퍼니>에 나오는 출판사 직원들은 출산이 임박한 동료의 거취를 둘러싸고 갈등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시감이 든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분유 값을 벌기 위해 구걸을 하고, 부모의 불화에 좌절해 눈물 흘리며,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질책을 듣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을 전투하듯이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이같은 친근함은 <가족시네마>의 양날의 검이다. 화면 속의 현실에 쉽게 공감되는 반면, 그만큼 이야기가 익숙한 방향으로 흐르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네편 모두 일상 속에 긴장감을 켜켜이 쌓아가는 연출 호흡이 좋고,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섬세하며 안정적이다. 특히 <인 굿 컴퍼니>는 그동안 화제를 모았던 독립영화계의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해 매우 인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직원들의 이율배반적 면모와 현실의 부조리를 다큐멘터리와 시트콤적인 요소를 활용해 유쾌하게 묘파해내고 있는데, 파업을 함께 시작한 동료들이 하나둘씩 업무에 복귀하는 과정의 디테일도 좋고 캐릭터들의 개성과 현실감도 두드러진다.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파이팅’이다. 영화에서는 다소 아이러니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가족시네마>에서 만났던 캐릭터들과 이들을 똑 닮은 실제 현실의 그와 그녀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다.

글 : 김효선 | | 20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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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 movie week preview ”

[화이팅 패밀리] 김성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여
★★★ 김성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STAFF [인 굿 컴퍼니] 감독, 프로듀서ㆍ김성호 | [해마 가족] 감독ㆍ구상범..
CAST [인 굿 컴퍼니] 철우ㆍ이명행 지원ㆍ최희진 | [해마 가족] 민혁ㆍ배용근 연정ㆍ양은용
DETAIL 러닝타임ㆍ85분 | 관람등급ㆍ12세 관람가


저출산 문제를 고민한 단편 영화 두 편, [인 굿 컴퍼니]와 [해마 가족]을 묶었다. [인 굿 컴퍼니]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출산을 앞둔 임신부의 권고사직 문제를 그렸고, [해마 가족]은 임신 사실을 숨기고 직장에 다녀야 하는 현실을 발랄하게 꼬집었다. 영화적 완성도를 따진다면 [인 굿 컴퍼니]가 훨씬 돋보인다.

소규모 출판 회사에 다니는 임신부 지원이 출산을 이유로 권고사직 당하는 상황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가운데, 중간 중간 지원과 회사 동료들의 인터뷰를 끼워 넣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한 형식을 통해, 지원과의 의리를 지키느냐, 회사 눈치를 보느냐 기로에 선 직원들이 각자 어떤 갈등 속에서 언제 어떻게 태도를 바꾸는지 다각도로 살핀다.

그리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임신부 권고사직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을 두루 살피게 한다. 꼭 맞는 형식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김성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도저히 ‘연기’라고 믿을 수 없는, 진짜 같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호연도 다큐멘터리 형식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특히 권고사직 당하는 지원 역의 최희진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에 비해 [해마 가족]은 좀 아쉽다. 민혁이 아내 연정 대신 임신하기를 자처하는 데까지 상상력을 밀어붙인 점은 흥미롭다. 한데 그 상상을 꺼내 보이기 전까지 민혁과 연정의 현실을 너무 길고 지루하게 보여주는 나머지 힘겨운 현실과 발칙한 상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삐걱거린다는 인상을 남긴다.


2012-09-07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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