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겨울 극장가의 의외의 복병 등장 [씨네뷰] ”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스틸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충무로에서 영화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기피하는 3대 요소가 있다. 바로 동물, 아이, 스포츠인데 제작하기도 쉽지 않고 흥행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사라진 아빠와 집을 되찾기 위해 개를 훔치려는 열살 소녀의 기상천외환 도둑질을 그린다. 영화는 기피 요소가 한 가지도 아닌 동물, 아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잘 만들어도 안타를 치기 힘든 코미디라는 장르까지 더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감독이 제작하기에 참 까다로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겨울 극장가에서 의외의 복병이 될 법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아역배우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주축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역배우가 힘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영화의 깊이가 얕아질 수 밖에 없다.  

이 에 김성호 감독은 적기에 성인 배우들의 이야기를 등장시킨다. 아역배우들로 인해 가벼워질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성인 배우들이 적절히 잡아준 셈이다. 더구나 중심을 잡아주는 성인 배우들이 김혜자를 주축으로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라는 점이 한 몫을 했다.  
 
‘마더’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혜자는 ‘국민엄마’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벗어버렸다. 그리고 돈 많고 냉정한 노부인으로 새 옷을 입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김혜자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여기에 이제는 하루 엄마로 더 유명한 강혜정의 첫 엄마 연기가 진정성 있게 다가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최민수와 이천희의 코믹한 모습도 관객을 웃음짓게 하는 요소다. 


걸출한 성인배우들이 포진해 있지만 미안하게도 이들은 영화의 주역이 아니다. 진정한 영화의 매력은 아역 배우 삼인방 이레, 이지원, 홍은택에게서 나온다. 아역배우들의 날 것 같은 연기가 살짝 아쉬움을 남기지만 이를 묵인해줄 만큼 귀여운 엉뚱함으로 관객을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이는 실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들의 세계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김성호 감독의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포착한 결과다. 

극 중 월리 역을 맡은 개리도 제 몫을 잘 해냈다. 개답지 않게(?) 표정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특히 자신의 밥그릇에서 사료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개리의 표정은 아무리 웃음에 인색한 관객이라도 웃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잘 훈련된 개리의 연기력과 아역 배우들의 정제되지 않은 연기가 더해져 의외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정말 잘 만들어진 가족영화다. 흔히 가족영화라 하면 유치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김성호 감독도 이런 통념을 깨기 위해 고민을 한 모습이 영화 여기저기에 묻어 난다. 카메라 앵글 높이가 아이에 시선에 맞췄다는 점이 김성호 감독의 고심한 결과물이다. 월리(개리)를 훔친 지소(이레)는 노부인(김혜자)에게 포상금을 받기 위해 집을 찾는다. 하지만 집 안에는 부산한 어른들과 경찰들이 장악하고 있다. 김성호 감독은 어린 아이가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충격과 불안을 어린 아이의 눈높이로 카메라 앵글을 낮춰 담아내는 영리함을 보였다.  

영 화는 그냥 코미디가 아니다. ‘코미디’라는 단어에 휴먼이 붙은 휴먼 코미디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감동 코드를 끌고 간다. 나름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설파한다. 하지만 영화는 자신의 노선을 분명하게 해 본질을 잃지 않았다.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오다가도 이내 아역 배우의 코믹함, 갑자기 등장하는 카메오 등으로 언제 코끝이 찡했는지 모를 만큼 실컷 웃겨 버린다.

12 월 극장가는 개봉한 영화, 개봉을 앞둔 영화 모두 묵직함을 가지고 있다. ‘국제시장’ ‘호빗: 다섯 군대 전투’ ‘상의원’ ‘기술자들’. 아이들과 쉬이 가벼이 즐길 만한 영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가볍지만 정교한 만듦새로 영화의 완성도까지 함께 잡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겨울 극장가에서 의외의 복병일 수 밖에 없다. 영화는 31일 개봉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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