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10.30 넥스트 플러스: <판타스틱 자살소동> ”

<판타스틱 자살소동>

제작 MBC드라마넷, (주)인디스토리 | 감독 박수영, 조창호, 김성호 | 촬영 김영민, 나희석, 박재홍 | 출연 한여름, 타블로, 박휘순, 김가연, 김남진, 박혜상, 정재진, 강인형 | 제작연도 2007년 | 상영시간 92분 | 등급 미정 | 개봉 11월8일

옴니버스영화 <판타스틱 자살소동>은 자살이라는 우울하고 심각한 사태가 예기치 않은 황당한 사건과 얽혀든다는 모티브를 공유한 세편의 작품들을 묶었다. MBC드라마넷과 (주)인디스토리의 공동제작으로 기획된 이 영화는 독립영화계의 재능있는 감독들의 작품을 통해 독립영화 관객을 극장에서 만나면서 더불어 이후 TV를 통해 방영한다는 취지로 독립영화와 매체 사이의 참신한 연정을 보여주는 기획이다. 각 30분가량으로 제작된 이 세 작품은 모두 HD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생소한 소재들을 엮으며 죽음과 닿아 있는 우울한 페이소스에 환상을 통해 황당한 유머와 생기를 불어넣었다.



학교환상괴담인 <암흑 속의 세 사람>의 박수영 감독은 <핵분열가족> <마이티 맨>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지나(한여름)는 독서실에서 늦잠을 자다 시험에 늦는다. 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졌지만 이상하게도 멀쩡하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영 멀쩡치 않다. 엉뚱한 민호(타블로)는 사제폭탄과 SF총으로 세계를 구원하려 하고, 레즈비언인 양호 선생(김가연)은 지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파혼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죽! 이려 한다는 학생주임(박휘순)은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자살을 택하는 이들을 만류하며 이들을 살리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지나. 시험과 구타의 공간이면서 공적 질서의 공간인 학교는 언제나 환상과 죽음의 은유적 공간이었다. 시험 못 본 학생, 구타당한 학생, 레즈비언 선생, 폭력적인 망상증 선생, 이 넷의 황당무계한 소란은 자꾸만 켜져간다. 자, 이들은 결국 자살에 행복하게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지나가 이들을 구원할 것인가? 정답은 학교만이 알고 있다.



<피터팬의 공식>의 조창호 감독은 <날아라 닭>을 통해 심각하고 시적이며 황당무계한 환상적 자살소동을 다뤘다. 경찰로서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무력감에 자살을 선택한 남자(김남진)는 총 한구를 들고 외딴 바닷가의 여관에 투숙한다. 그곳에서 스치듯 만났던 한 여자(이혜상)가 밤중에 동네 양아치들에게 폭행당하나 여전히 무력하게 이를 외면하며 자신의 죽음만 예비하고 있다. 다음날 아침, 한가로이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양아치를 정의롭게 처단하고 죽으려고 하는 남자, 그에게 남은 총알은 세알이다. 세상과 소통할 수 없었던 남자는 자신의 처지를 그물에 걸린 닭의 처지와 동일시한다. 상당히 시적으로 연출된 닭과의 대화장면은 포복절도할 유머러스하면서도 슬픈 정서를 전달한다. 과연 그 닭, 날 수 있을까?



<거울 속으로>와 <눈부신 하루>의 김성호 감독은 죽음과 삶, 늙음과 젊음에 대한 명랑한 재기를 보여주는 <해피버스데이>를 연출했다. 독거노인 임춘봉(정재진)은 오늘이 자신의 70살 생일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주위의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자 섭섭한 마음에 자살을 하려 찾아간 기찻길 위에서 또 다른 자살을 하려는 청년 필립(강인형)을 만난다. 유독 ‘엉덩이가 이쁜’ 것이 마음에 든 춘봉은 그 청년이 얽힌 사건에 함께 뛰어들어 청년을 위해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엉덩이의 아름다움에 민감한 춘봉 영감은 사실 왕년의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 전개되는 사건이 다소 황당하기는 하지만, 공들인 탐미적인 영화 공간과 맛깔나는 손풍금 음악 등 볼거리, 들을 거리가 화려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적어도 한 가지는 얻는! 사소한 생활의 발견이 있다. 절대로 달력은 한번에 한장씩만 뜯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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