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10.04 무비위크 ”

[미디어아트 작가①] 김성호,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고민하라”


경계를 넘어서 잘 다니던 건축 회사를 때려치우고 미국으로 영화 공부를 하러 가면서부터 김성호 감독은 경계란 걸 모르고 살았다. 미국에서 돌아와 장편 데뷔작 <거울 속으로>(2003)을 찍고 나서는 더 자유로워졌다. 옴니버스 영화 <눈부신 하루>(2005) <판타스틱 자살 소동>(2007) <황금시대>(2009)에 참여했는가 하면, 실험적 성격이 짙은 뮤직비디오와 광고도 찍었다. 지난 5월 개봉한 <그녀에게>를 통해서는 줄거리만 놓고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실험도 했다.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서 “상업 영화든 독립 영화든 혹은 실험 영상이든, 결국 관건은 이야기와 이미지를 어떻게 엮느냐에 있다”고 김성호 감독은 말한다. “이야기만 전해진다면 이미지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지금의 세대는 이미 다양한 비주얼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프리프로덕션이 영화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찍었던 <거울 속으로>에서 한계를 느낀 이후 김성호 감독은 작품 속에 현장의 즉흥성을 점점 더 많이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독립 영화를 찍다 돈이 없으면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날마다 첨단의 첨단이 튀어나오는 요즘, 일부러 아날로그 시대의 이미지들을 만든 건 그 때문이다. 지금은 아날로그의 낡은 이미지가 오히려 더 재밌고 신선한 시대 아닌가.

본질로 돌아가서 실로 영상을 만드는 데 모든 한계가 사라지고 말았다. “누구나 뭐든 할 수 있다는 데서 결국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새롭게 시작되는 거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미디어의 특징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김성호 감독은 강조한다. “35밀리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똑같은 영상을 찍는 건 의미가 없을 테니까.”

2010.10.04 무비위크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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