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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여주려는 영화

ohdjin11 | 2015.01.07 10:35

바바라 오코너의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김성호 감독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처음엔 그저 척하는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아이들 영화인 척, 경쾌한 코믹 가족영화인 척, 작은 영화인 척, 혹은 약간은 느슨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인 척 비친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그렇지가 않다. 영화는 의외로 큰 담론의 얘기를 건네며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가슴 한 구석을 아픔과 회한으로 쓸어 담게 만든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 가. 우리 시대는 지금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정치적, 경제적 부담을 안겨 주고 있는 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제목 그대로 아이가 한 부자 집 할머니의 개를 훔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인질극 스릴러다. 올해로 11살인 아이 지소(이레)는 돈 5백만원이 필요하다. 아이가 본 부동산 광고 문구에 따르면 평당동이라는 곳에 5백만원짜리 집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평당은 한 평당을 의미하지만 아이는 그 복잡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어쨌든 그 돈이 필요한데 그걸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노부인(김혜자)이 키우는 잭 러셀 테리어 종의 개를 훔치는 일이다. 아이의 계획은 이렇다. 1. 개를 훔친다. 2. 노부인을 찾아 간다. 3. 개를 찾자며 광고 전단 지를 붙이되 사례비로 5백만원을 제시하자고 한다. 4. 개를 자기가 찾은 양 할머니에게 데려다 준다. 5. 5백만원 사례비로 받는다. , 아이의 이 발칙한 계획은 성공할 것인 가.

거의 성공할 뻔 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작동한다. 여기에는 노부인의 욕심 많은 조카(이천희)가 등장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동네 여기저기서 살아가는 히피이자 룸펜인 아저씨(최민수)가 예기치 못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피자 집 배달부(이홍기)때문에 빚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 극은 모두 치장과 양념에 불과한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왜 5백만원이 절대적인 목표가 된 것인 가이다. 아이는 엄마(강혜정)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피자 간판이 그려져 있는 봉고 트럭에서 산다. 이들에겐 집이 없다. 피자 집을 하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후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집도 절도 뺏겼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빠가 그립다. 집 없이 살아가는 엄마가 안쓰럽다. 한편으로는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돈을 구하려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은 늘 아이에 대한것으로 귀결된다. 아이는 아프면 안 된다. 아이는 정당하고 공정하게 교육을 받아야 하며 부모가 가진 것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평가 받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따뜻한 곳에서 자야 하며 먹을 것을 제 때에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돈을 생각하고 걱정해야 하는 나라는 어릴 때부터 머신 건을 들고 다니는 중남미의 마약 왕국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돈과 총이 다를 게 무엇인 가.

때문에 이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아이들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어른들, 못난 기성 세대를 질타하는, 일종의 사회고발 드라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이 시종일관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해서 그걸 귀엽다고 깔깔댈 수만은 없게 된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그래서 종종 영화를 보면서 귀에 거슬리게 되는데) 두 가지 중의 한 가지 유형의 사람일 것이다. 사회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무식한 인간이거나 아니면 영화 속 주인공 아이의 모습을 자기 일이 아니라는 양 대상화시켜 버리는 몰인정하고 냉혹한 자본주의형 인간이거나 일 것이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점점 더, 그리고 다소 엄격한 모습으로 당신은 과연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혹시 저 두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느냐고 질타한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자성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알고 보면 꽤나 슬픈 영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아이들 조차 양극화의 질곡에서 허우적 대며 살게 만든다는 것도 그렇지만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모두들 각자의 사연을 마음 속 깊이 담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사람들은 정작 그것을 서로 토로하고 소통시키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개를 훔치는 이유에서도 찾아지지만 노부인이 이 개를 애지중지 키우고, 지키려 하고, 반드시 찾으려고 하는 이유에서도 발견된다. 할머니의 사연도 자못 절절하다. 사람들은 저렇게 아픈데, 저렇게 깊은 아픔을 오랫동안 안고 사는데, 우리 모두 각자의 생존때문에 그걸 서로 잘 알아주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로운 것이며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장엄한 장면은 할머니가 아이의 고백을 듣는 순간이다. 아이는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할머니는 차분히 아이의 얘기를 듣는다. 아이의 얘기에 감격했다는 듯한 표정도, 안됐다는 표정도, 자신을 속여서 화가 난 듯한 표정도 아니다. 할머니의 표정은 꽤나 복잡한데, 마치 이런 것처럼 느껴진다. ‘너도 많이 아프구나. 나도 많이 아픈데. 그래도 나는 나이를 먹어서 어찌어찌 견디는데 너는 힘들겠구나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울게 되는 건 상대와 자신을 동일화 시킬 때이다. 그건 나이 차이 같은 것, ()의 차이 따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동심(童心)이 동심일 수 있는 것은 그런 마음이라면 누구나 다 동일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뛰어난 배우 김혜자를 다루는 김성호의 연출력에 흥미가 가게 된다. 김혜자는 진폭이 큰 배우다. 김혜자는 존재만으로도 영화 전편을 누르는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그런데 감독은 그런 그녀에게 가능한 한 표정을 주지 않으려 한다. 김혜자는 이번 영화에서 울지 않는다. 다만 복잡한 내심을 비칠 뿐이다. 울지 않는 김혜자를 보여 줌으로써 오히려 감독은 관객들로 하여금 더 울게 만든다. 그 톤 앤 매너가 좋다.

하여, 뭐니 뭐니 해도 오래되고 익숙한 배우들이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시킨다. 동네 거렁뱅이로 나오는 최민수는 최민수 그 자체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캐릭터의 외모는 구차하고 때묻었지만 오히려 그의 그런 존재감 때문에 영화 자체가 반짝반짝 윤이 난다. 사람들과 일상을 같이 하기는 힘든 배우일지언정 역시 배우는 배우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김성호는 원래 공포영화 <거울 속으로>로 시작했던 감독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그가 만든 저 예산영화 <그녀에게>는 꽤나 데이빗 린치 적이었다. 그는 보다 강한 장르영화에 어울리는 감독이다 라고 생각들 해왔다. 이번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김성호는 스스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낼 줄 아는 감독임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보면서 울게 될 줄 몰랐다고들 한다. 그래서 영화가 더 가슴이 아팠다. 한편으로는 더 고마웠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좋은 세상을 훔치는(만들려는) 감독과 배우의 고귀한 마음이 숨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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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김혜자,이천희,강혜정,최민수,이홍기,삼거리픽쳐스,지소
섬네일 ohdjin11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영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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