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09.11 FILM 2.0 '미러' 프리뷰 ”

Review & Preview - Preview  
 
 미러 (2008)
 Mirrors
 장르 서스펜스 스릴러
 감독 알렉산더 아자
 주연 키퍼 서덜랜드, 폴라 패튼
 상영시간 111분
 관람등급 18세 관람가
 개봉일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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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국가 미국

주제보다 소재에 공들인 이미지

2008.09.11 / 박홍식 기자

많은 볼거리가 있는 만큼 육체를 얻은 악마와 난투극을 벌이는 설정이나 액션영화에 나올 법한 대규모 폭파신은 내면의 악마라는 주제를 희석시킨다고 볼 수도 있다.

벤 카슨은 총기사고로 동료도 직장도 잃은 전직 경찰관이다. 소원해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는 대형 백화점 야간 경비원 일자리를 얻어 새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카슨은 폐허나 다름없는 백화점을 순찰하던 중 유독 깨끗한 거울을 본 후 악몽과 환영에 시달리며 전임 경비원의 기이한 죽음을 알게 된다. 여동생마저 끔찍한 시체로 발견되자 카슨은 거울에 무엇인가 있음을 직감하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만의 싸움을 시작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러>는 김성호 각본, 감독의 2003년 작품 <거울속으로>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제작자 김은영도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미러>는 원작의 기본적인 설정을 가져왔지만 거울이란 고전적 모티브를 대하는 태도는 많이 다르다. <거울속으로>의 영어 제목 ‘into the mirrors’ 에서 보듯 <미러>에서 거울은 보다 물질적이고 현실적으로 구현된다. 실제로 <미러>에서는 원작과 달리 거울뿐 아니라 물, 모니터, 액자, 창문 등 모든 반사체에서 악마가 튀어나온다. 거울에 한정됐던 호러 코드를 확장해 주인공들을 열린 공간에서조차 공포로 몰아넣는다. 감독은 일상적인 장면에도 광택이 있는 소품을 꼭 배치해 꾸준히 긴장감을 유지하는 한편, 쇼윈도나 자동차처럼 도시인들이 피할 수 없는 다양한 반사체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는 전략을 취한다.

모든 반사체를 악마가 이동하는 네트워크로 조명한 <미러>는 거울 속 악마와의 처절한 사투에 그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니 초자연 호러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강한 신체 훼손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김성호 감독이 빚어낸 이면공간의 정적이고 몽환적인 원작의 분위기와 반대 지점에 서 있다. 특히 카슨의 여동생이 자신의 턱을 스스로 찢어내는 장면은 감독이 전작 <엑스텐션>이나 <힐즈 아이즈>에서 선보인 고어조차 무색하게 한다.

할리우드의 기술적, 자본적 장점은 특수분장의 잔혹한 묘사와 더불어 거대하고 정교한 세트에서도 드러난다.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뉴욕의 메이플라워 백화점은 사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위치한 2천 제곱미터의 ‘아카데이 오브 사이언스’를 개조한 것이다. 공사가 중단된 건물은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잔재이자 실제 오랜 폭력의 시간이 누적된 ‘타고난’ 영화 세트로, 장대한 규모와 뛰어난 디테일을 선사한다. 건물의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거울이나 여러 각도에서 회전하는 반사 이미지들은 통제된 조명과 치밀하게 계산된 촬영으로 완성되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거울 속 인물과 거울 밖 인물이 따로 움직이거나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CG에도 많은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많은 볼거리가 있는 만큼 육체를 얻은 악마와 난투극을 벌이는 설정이나 액션영화에 나올 법한 대규모 폭파신은 내면의 악마라는 주제를 희석시킨다고 볼 수도 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거울과 대치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내면의 어두움이 투영된 환상적인 세계관을 좋아했던 원작 팬들에겐 상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상향된 특수효과와 반사 이미지들을 활용한 시각적 즐거움은 원작과 좋은 비교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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