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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세상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여주려는 영화 ”

세상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여주려는 영화

ohdjin11 | 2015.01.07 10:35

바바라 오코너의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김성호 감독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처음엔 그저 척하는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아이들 영화인 척, 경쾌한 코믹 가족영화인 척, 작은 영화인 척, 혹은 약간은 느슨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인 척 비친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그렇지가 않다. 영화는 의외로 큰 담론의 얘기를 건네며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가슴 한 구석을 아픔과 회한으로 쓸어 담게 만든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 가. 우리 시대는 지금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정치적, 경제적 부담을 안겨 주고 있는 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제목 그대로 아이가 한 부자 집 할머니의 개를 훔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인질극 스릴러다. 올해로 11살인 아이 지소(이레)는 돈 5백만원이 필요하다. 아이가 본 부동산 광고 문구에 따르면 평당동이라는 곳에 5백만원짜리 집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평당은 한 평당을 의미하지만 아이는 그 복잡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어쨌든 그 돈이 필요한데 그걸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노부인(김혜자)이 키우는 잭 러셀 테리어 종의 개를 훔치는 일이다. 아이의 계획은 이렇다. 1. 개를 훔친다. 2. 노부인을 찾아 간다. 3. 개를 찾자며 광고 전단 지를 붙이되 사례비로 5백만원을 제시하자고 한다. 4. 개를 자기가 찾은 양 할머니에게 데려다 준다. 5. 5백만원 사례비로 받는다. , 아이의 이 발칙한 계획은 성공할 것인 가.

거의 성공할 뻔 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작동한다. 여기에는 노부인의 욕심 많은 조카(이천희)가 등장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동네 여기저기서 살아가는 히피이자 룸펜인 아저씨(최민수)가 예기치 못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피자 집 배달부(이홍기)때문에 빚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 극은 모두 치장과 양념에 불과한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왜 5백만원이 절대적인 목표가 된 것인 가이다. 아이는 엄마(강혜정)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피자 간판이 그려져 있는 봉고 트럭에서 산다. 이들에겐 집이 없다. 피자 집을 하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후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집도 절도 뺏겼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빠가 그립다. 집 없이 살아가는 엄마가 안쓰럽다. 한편으로는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돈을 구하려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은 늘 아이에 대한것으로 귀결된다. 아이는 아프면 안 된다. 아이는 정당하고 공정하게 교육을 받아야 하며 부모가 가진 것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평가 받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따뜻한 곳에서 자야 하며 먹을 것을 제 때에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돈을 생각하고 걱정해야 하는 나라는 어릴 때부터 머신 건을 들고 다니는 중남미의 마약 왕국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돈과 총이 다를 게 무엇인 가.

때문에 이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아이들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어른들, 못난 기성 세대를 질타하는, 일종의 사회고발 드라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이 시종일관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해서 그걸 귀엽다고 깔깔댈 수만은 없게 된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그래서 종종 영화를 보면서 귀에 거슬리게 되는데) 두 가지 중의 한 가지 유형의 사람일 것이다. 사회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무식한 인간이거나 아니면 영화 속 주인공 아이의 모습을 자기 일이 아니라는 양 대상화시켜 버리는 몰인정하고 냉혹한 자본주의형 인간이거나 일 것이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점점 더, 그리고 다소 엄격한 모습으로 당신은 과연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혹시 저 두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느냐고 질타한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자성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알고 보면 꽤나 슬픈 영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아이들 조차 양극화의 질곡에서 허우적 대며 살게 만든다는 것도 그렇지만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모두들 각자의 사연을 마음 속 깊이 담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사람들은 정작 그것을 서로 토로하고 소통시키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개를 훔치는 이유에서도 찾아지지만 노부인이 이 개를 애지중지 키우고, 지키려 하고, 반드시 찾으려고 하는 이유에서도 발견된다. 할머니의 사연도 자못 절절하다. 사람들은 저렇게 아픈데, 저렇게 깊은 아픔을 오랫동안 안고 사는데, 우리 모두 각자의 생존때문에 그걸 서로 잘 알아주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로운 것이며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장엄한 장면은 할머니가 아이의 고백을 듣는 순간이다. 아이는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할머니는 차분히 아이의 얘기를 듣는다. 아이의 얘기에 감격했다는 듯한 표정도, 안됐다는 표정도, 자신을 속여서 화가 난 듯한 표정도 아니다. 할머니의 표정은 꽤나 복잡한데, 마치 이런 것처럼 느껴진다. ‘너도 많이 아프구나. 나도 많이 아픈데. 그래도 나는 나이를 먹어서 어찌어찌 견디는데 너는 힘들겠구나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울게 되는 건 상대와 자신을 동일화 시킬 때이다. 그건 나이 차이 같은 것, ()의 차이 따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동심(童心)이 동심일 수 있는 것은 그런 마음이라면 누구나 다 동일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뛰어난 배우 김혜자를 다루는 김성호의 연출력에 흥미가 가게 된다. 김혜자는 진폭이 큰 배우다. 김혜자는 존재만으로도 영화 전편을 누르는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그런데 감독은 그런 그녀에게 가능한 한 표정을 주지 않으려 한다. 김혜자는 이번 영화에서 울지 않는다. 다만 복잡한 내심을 비칠 뿐이다. 울지 않는 김혜자를 보여 줌으로써 오히려 감독은 관객들로 하여금 더 울게 만든다. 그 톤 앤 매너가 좋다.

하여, 뭐니 뭐니 해도 오래되고 익숙한 배우들이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시킨다. 동네 거렁뱅이로 나오는 최민수는 최민수 그 자체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캐릭터의 외모는 구차하고 때묻었지만 오히려 그의 그런 존재감 때문에 영화 자체가 반짝반짝 윤이 난다. 사람들과 일상을 같이 하기는 힘든 배우일지언정 역시 배우는 배우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김성호는 원래 공포영화 <거울 속으로>로 시작했던 감독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그가 만든 저 예산영화 <그녀에게>는 꽤나 데이빗 린치 적이었다. 그는 보다 강한 장르영화에 어울리는 감독이다 라고 생각들 해왔다. 이번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김성호는 스스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낼 줄 아는 감독임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보면서 울게 될 줄 몰랐다고들 한다. 그래서 영화가 더 가슴이 아팠다. 한편으로는 더 고마웠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좋은 세상을 훔치는(만들려는) 감독과 배우의 고귀한 마음이 숨쉬는 작품이다.    

 

 

태그
김성호,김혜자,이천희,강혜정,최민수,이홍기,삼거리픽쳐스,지소
섬네일 ohdjin11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영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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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 개봉작 리뷰: ‘파이팅’ <가족시네마> ”

이 영화들을 기억하는가? 영화감독이 되려는 아줌마의 고군분투를 사랑스럽게 담아낸 자전적 작품 <레인보우>(2010), 세 남녀의 달콤쌉싸름한 동상이몽을 다룬 <키친>(2009), 감성적인 공간 운용으로 극한의 공포를 담아낸 <4인용 식탁>(2003), 연쇄살인사건을 회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던 <거울 속으로>(2003). <가족시네마>는 이 개성 넘치는 장편 데뷔작을 만든 감독들의 최근작을 한데 모은 옴니버스영화다. SF영화부터 블랙코미디까지, 서로 다른 분위기의 네 중편영화를 묶는 키워드는 ‘가족’이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이고, 엄마이자 아빠인 주인공들은 저마다 위기에 봉착하고, 일순간 벼랑 끝으로 몰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한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매일같이 지하철 2호선을 타며 시간을 보내는 한 실직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이고, 태어날 아기에 대한 부담감은 그의 앞에 돌연한 환상으로 찾아온다. 홍지영 감독의 <별 모양의 얼룩>은 유치원 캠프 화재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1년 만에 사고 당시의 목격자가 나타나자 애써 견뎌나가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수연 감독의 <E. D. 571>의 배경은 2030년이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주인공에게 과거 난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가 찾아와 당돌한 제안을 한다. 김성호 감독의 <인 굿 컴퍼니>에 나오는 출판사 직원들은 출산이 임박한 동료의 거취를 둘러싸고 갈등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시감이 든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분유 값을 벌기 위해 구걸을 하고, 부모의 불화에 좌절해 눈물 흘리며,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질책을 듣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을 전투하듯이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이같은 친근함은 <가족시네마>의 양날의 검이다. 화면 속의 현실에 쉽게 공감되는 반면, 그만큼 이야기가 익숙한 방향으로 흐르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네편 모두 일상 속에 긴장감을 켜켜이 쌓아가는 연출 호흡이 좋고,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섬세하며 안정적이다. 특히 <인 굿 컴퍼니>는 그동안 화제를 모았던 독립영화계의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해 매우 인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직원들의 이율배반적 면모와 현실의 부조리를 다큐멘터리와 시트콤적인 요소를 활용해 유쾌하게 묘파해내고 있는데, 파업을 함께 시작한 동료들이 하나둘씩 업무에 복귀하는 과정의 디테일도 좋고 캐릭터들의 개성과 현실감도 두드러진다.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파이팅’이다. 영화에서는 다소 아이러니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가족시네마>에서 만났던 캐릭터들과 이들을 똑 닮은 실제 현실의 그와 그녀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다.

글 : 김효선 | | 20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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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04 무비위크 ”

[미디어아트 작가①] 김성호,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고민하라”


경계를 넘어서 잘 다니던 건축 회사를 때려치우고 미국으로 영화 공부를 하러 가면서부터 김성호 감독은 경계란 걸 모르고 살았다. 미국에서 돌아와 장편 데뷔작 <거울 속으로>(2003)을 찍고 나서는 더 자유로워졌다. 옴니버스 영화 <눈부신 하루>(2005) <판타스틱 자살 소동>(2007) <황금시대>(2009)에 참여했는가 하면, 실험적 성격이 짙은 뮤직비디오와 광고도 찍었다. 지난 5월 개봉한 <그녀에게>를 통해서는 줄거리만 놓고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실험도 했다.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서 “상업 영화든 독립 영화든 혹은 실험 영상이든, 결국 관건은 이야기와 이미지를 어떻게 엮느냐에 있다”고 김성호 감독은 말한다. “이야기만 전해진다면 이미지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지금의 세대는 이미 다양한 비주얼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프리프로덕션이 영화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찍었던 <거울 속으로>에서 한계를 느낀 이후 김성호 감독은 작품 속에 현장의 즉흥성을 점점 더 많이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독립 영화를 찍다 돈이 없으면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날마다 첨단의 첨단이 튀어나오는 요즘, 일부러 아날로그 시대의 이미지들을 만든 건 그 때문이다. 지금은 아날로그의 낡은 이미지가 오히려 더 재밌고 신선한 시대 아닌가.

본질로 돌아가서 실로 영상을 만드는 데 모든 한계가 사라지고 말았다. “누구나 뭐든 할 수 있다는 데서 결국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새롭게 시작되는 거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미디어의 특징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김성호 감독은 강조한다. “35밀리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똑같은 영상을 찍는 건 의미가 없을 테니까.”

2010.10.04 무비위크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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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10 뉴시스: 아리랑TV, LA CGV서 '영화 한국을 만나다' 상영 ”

아리랑TV, LA CGV서 '영화 한국을 만나다' 상영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아리랑TV는 13일 미국 디지털 지상파 진출 1주년을 기념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 한국을 만나다’시리즈를 상영한다고 10일 밝혔다.

아리랑TV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기획 제작한 ‘영화 한국을 만나다’는 11일~13일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과 CGV야회홀에서 상영된다.

배창호와 윤태용, 문승욱, 김성호, 전계수 감독이 각각 제주·서울·인천·부산·춘천을 배경으로 다섯 개 도시의 이야기를 다섯 편의 영화에 담아냈다. 이들 영화는 아리랑TV를 통해 조만간 전 세계에 방송된다.

한편, 아리랑TV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 24시간 방송되고 있다. 도시별 수신가구로는 로스앤젤레스 494만, 뉴욕 995만, 시카고 65만, 애틀랜타 74만, 산호세 207만 등 총 1341에 이른다.

sw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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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e Came From" screening in LA ”

Wednesday, August 11, 7:30pm
@ Korean Cultural Center in Los Angeles, US

SHE CAME FROM (2010, Kim Sung-ho)
Drama, 82 mins, PG-15 in Korea

follow the link: http://www.kccla.org/english_/home_.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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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17 movieweek: 인터뷰 ”

‘그녀에게’ 김성호 감독, “가장 자유롭게 찍은 영화다”


-영화를 본 첫 느낌은 ‘아름답다’였다. 사운드 없이 봐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큼 영상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구나 싶었다.

그렇게 봐줘서 고맙다.(웃음) 워낙 저예산 영화라 촬영감독과 저예산이라는 걸 너무 티 내지 않는 선에서 찍자고 얘기했다. 예산이 부족해서 밤 촬영을 못하니 해질 무렵이나 새벽 시간을 이용했다. 그래서 영화 톤이 전체적으로 예뻐진 게 아닐까.

-몽환적인 톤이 실제와 허구를 오가는 영화의 내용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렇다. 로케이션의 힘도 컸던 것 같다. 부산은 다른 영화에서 많이 노출된 장소이기 때문에 일단 익숙한 장소들은 다 뺐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장소를 골랐는데 꽤 괜찮은 곳이 많더라.

-영화의 배경으로 부산을 직접 선택한 건가?

그건 아니다. 제작사에 가보니까 다른 감독님들이 다 고르고 부산만 남아 있더라.(웃음) 그런데 사실 난 서울, 제주, 인천에서 영화를 찍어본 적이 있거든. 어렸을 때 부산에서 살았던 적도 있고.

-영화 속 부산이 굉장히 낯설어서 감독이 ‘부산의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다. 판잣집 풍경은 지중해의 느낌까지 들던데.

처음에는 어릴 적 기억을 쫓아가보려고 했는데 막상 부산에 가보니 너무도 많이 변했더라. 나도 판잣집이 좋았다. 거기가 감천2동인데 아주 예전에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언젠가 꼭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다. 또 마지막 판타지 신에 등장한 곳은 외양포라는 곳인데 일제 때 지은 군사시설이라더라. 마치 동남아시아의 어느 섬에 온 것처럼 너무 느낌이 좋았다.

-2주 동안 즉흥적인 시나리오로 작업했다고 들었다.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하는 영화감독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여자, 딸을 찾으러 온 아버지. 이 정도의 모티프만으로 출발했다. 네 페이지짜리 시놉시스를 들고 배우들을 만나서 예산도 얼마 없고 촬영 기간도 2주밖에 안 되는데 무작정 찍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작년에 <황금시대>(2009)의 ‘페니 러버’를 찍을 때 시나리오대로 찍지 말자고 다짐했다. 시나리오대로 하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생동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더라. 그 작업이 내게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시도였다. 장편도 이렇게 도전해 보면 어떨까 욕심이 생기던 참에 이번 프로젝트가 들어온 거다.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주인공을 감독으로 설정한 건가?

부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는데 준비 시간이 너무 짧더라.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래도 내 경험을 가져다 쓰는 거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사실 감독이 배우를 찾으러 왔다가 누군가를 만나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갖고 있던 모티프이기도 했고.

-이 영화는 실제와 허구를 오가는 판타지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관객을 위한 최소한의 룰은 있더라. 그런데 즉흥적으로 찍었다니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짧았던 대신 후반작업이 굉장히 길어졌다. 촬영을 진행시키는 동시에 캐릭터와 대사를 만들어나가다 보니 나중에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찍어놓은 소스와 원래 갖고 있었던 생각을 토대로 영화를 편집으로 만들어낸 거지. 모자란 부분이나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들은 추가 촬영도 했고.

-그럼 여러 가지 버전이 나왔겠다.

그렇다. 작년 말에 완성한 영화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로드무비 버전이었다.

-따라가기 어렵긴 했지만 다행히 불친절한 영화는 아니었다.(웃음)

초반에 아주 기본적인 모티프만 정해놓고 계속 활용을 하는 식이었는데, 촬영 중간에 배우들과 촬영감독, 미술감독한테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진정한 의미의 공동 작업이 된 거다.

-이런 방식의 작업은 처음인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시도한 건 처음이다. 작년에 배우가 아닌 조원선과 작업을 했던 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배우가 아닌 뮤지션 이우성을 캐스팅한 거다. 이런 작업에는 장단점이 분명히 있는데 장점은 조금 더 활용했고 단점은 좀 더 공부한 것 같다.

-데뷔작 <거울 속으로>(2003)에서 보여준 방식과는 점차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사실 <거울 속으로>의 영향이 크다. 그땐 정말 미친 듯이 준비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한국의 제작 방식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땐 프리프로덕션이 영화의 100퍼센트가 아닐까란 생각도 했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영화에서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후 서너 편의 단편을 작업하면서 조금씩 바꿔보려고 했던 거다. <눈부신 하루>(2005)의 ‘보물섬’ 때도 준비를 많이 했었는데 그냥 한 번 시도해 본 신들이 나중에 너무 마음에 들었다. 즉흥성이 영화의 훌륭한 요소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차츰 그 부분들을 확장시켜 나갔다. 그러다가 ‘페니 러버’에서 좀 더 오픈했고 <그녀에게>는 완전히 오픈한 건데 사실 두려움도 컸다. 촬영한 지 1주일 됐을 때 ‘아~ 이 영화 완전히 망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눈앞이 정말 캄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굉장히 좋은 시도였고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근래에 저예산 프로젝트와 유독 인연이 깊었는데, 상업 영화 계획은 없나?

지금 시나리오를 하나 쓰고 있다. 음악 영화인데 코미디가 될 것 같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드라마가 될 거다.

-데뷔작이 꽤 호평을 받았는데 호러 영화는 다시 안 할 건가?

사실 2년 전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4억 원 정도 지원금을 받은 좀비 영화가 있다. 한국적인 가족 좀비 영화다. 올해 안에 찍어야 하는 건데 아쉽게도 제작사 사정상 진행을 못하고 있다.


2010-05-17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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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10 movieweek: 프리뷰 ”

‘그녀에게’ 감각적인 영상과 몽환적인 음악이 돋보이다



★★★ 감각적 영상이 빚어내는 관계.

STAFF 감독, 각본ㆍ김성호 | 촬영 김형주 | 편집ㆍ이재웅
CAST 인수ㆍ이우성 | 동연ㆍ조성하 | 혜련ㆍ한주영
DETAIL 러닝타임ㆍ82분 | 관람등급ㆍ15세 관람가 | 카페 cafe.naver.com/spongehouse


PREVIEW

한 남자가 경찰관에게 여자의 실종을 신고하려는 데서 영화는 출발한다. 그런데 이 남자 인수는 여자의 이름도 나이도 모를뿐더러, 심지어 어디서 만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경찰관이 여자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사이 인수가 그 여자 혜련을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내 관객은 혼란에 빠진다.

인수가 만나는 혜련은 진짜 인물인가. 시력을 잃어가는 병을 얻어 마지막으로 딸 혜련을 찾으려는 동연이란 인물은 과연 현실의 인물인가 아니면 영화감독인 인수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 속 인물인가. <그녀에게>는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켜 ‘그녀’ 혜련에 대한 기억에 세 주인공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세 주인공이 현실 속 인물이든 아니든 간에 그들은 모두 ‘관계’에 실패한 인물들이다. 영화는 관계를 지우려거나 복원하려는 혹은 회피하려는 인물들을 감각적인 영상과 몽환적인 음악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나무들의 시체’가 등장하는 신의 화면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녀에게>는 ‘영화, 한국을 만나다’ 프로젝트 중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거울 속으로>(2003) <판타스틱 자살소동>(2007) 등에서 자신만의 색을 보여준 김성호 감독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자신의 장기를 드러냈다.

2010-05-11   정수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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